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크툴루 장르 소설 연재4

아말리움(2) “선생, 내 말을 한 번 믿고 따르는 게 어떻겠소, 나는 거짓은 절대 전하지 않는다네. 이건 이 나라에서, 아니 이 세계 전체에서 가치를 매길 수조차 없는 귀한 것이라네. 물론 내가 온 그곳에서 이건 꽤나 흔한 것이지만, 적어도 선생의 세상에선 그렇지 않다는 걸 확신하네. 조 왕국의 동전, 하나만 있어도 평생을 먹고살 만큼 귀한 것이지만 자네가 물로 베푼 호의를 감안하여 마음 편히 건네겠네. 어때, 이 정도면 저 술을 내게 줄 수 있겠는가?” 처음 들어보는 왕국의 동전, 겉보기에 마땅히 쓸 곳조차 없어 보이는 생경하지만 어느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동전이었다. 하지만 그 사내의 얼굴에서 나오는 간절함을 거절하기란 어려운 것이었다. “하하, 이게 그렇게 대단한 거군요. 사실 뭐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, 뭐.. 2022. 10. 3.
아말리움 (1) 20세기의 그토록 밝고 아름다운 태양이 뜬 지 얼마 되지 않은 1900년대 초, 나는 부친의 뜻을 이어받아 루이지애나의 작은 마을 ‘밴 허’에서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었다. 처음엔 술을 만드는 일 자체가 매력적이지 못해 이리저리 에둘러 맛보기만 했던 몇 가지 직종이 있었지만, 몇 년간의 고민 후, 미래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양조장을 물려받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. 1900년, 20세기가 시작된 첫날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이곳은 내 소유가 되었다.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날 어린 시절 남편과 아들을 두고 저 멀리 도망친 비겁한 여성인 어머니가 난데없이 재산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난리를 친 일화가 있지만 평소 친근한 이웃 이미지가 강했던 나를 도와준 변호사 ‘크롭’ 덕에 미친 여자에게 .. 2022. 10. 3.
드라곤 남작 2부 나의 등 뒤에는 드라곤 남작이 늠름하게 서있었다. 그 누구도 본 적 없을 것이고. 볼 일도 없을 것이며, 그것의 형상조차 언어로 표현할 길이 없는 그자가 드라곤 남작임은 어떤 육감적인 무엇으로 알 수 있는 것이었다. 인간의 것을 이미 초월한 월등한 신장과 내리까는 눈, 마치 미천한 생명체를 대하듯 그 영험함을 마음껏 뽐내는 악의 남작 앞에서 나는 오줌을 지릴 힘조차 없었다. 그 자리에서 다리가 풀린 나는 남작 앞에서 겨우 눈을 뜨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. “위대한 아말리움의 전달자이자 인간의 편달자인 나 드라곤 남작을 일깨운 건 눈앞의 그대인가, 자신이 저지른 오만의 결과를 상상조차 못 할 어리석은 도굴꾼인가.” 두려움과 공포라는 단어로 형용할 수 없는 어떤 감정이 내 온몸을 휘감았고 본능적.. 2022. 9. 30.
드라곤 남작 1부 나의 조악한 정신이 완전히 미쳐버려 사리분별을 파악하지 못하고 헛것을 본다고 사람들이 알고 있는 편이 마음은 훨씬 편할 것이다. 대게의 사람들은 나의 이 생경하고 불온한 믿음에 관해 그 신지학자들이 그랬듯 비난을 퍼부을 것이 분명했다. 어쩌면 과거의 나조차도 이런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면 코웃음을 치고, 한낱 미친 자의 이야기라 생각하고 말았을 것이다. 그만큼 지금 내가 떨리는 손으로 써 내려가는 이 미친 일대기는 인간 군상으로 경험할 수 없는 어떤 다른 영역의 것임이 확실하다. 고고학자였던 조부의 영향으로 나는 어린 시절부터 서방과 동방의 많은 유적지를 탐사하기 위해 배에 오르곤 했다. 갓 성인이 된 시점의 그때, 우연한 계기로 조부와 함께 과거 스키타이 인이 지배한 곳이라 여겨진 신비로운 땅인 크림 반도.. 2022. 9. 30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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